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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국가 간의 갈등 양상은 무기나 군사력뿐만 아니라 자원 확보 경쟁으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구상에서 매우 희귀한 광물들을 둘러싼 경쟁은 단순한 산업 문제를 넘어, 경제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지하자원
    지하자원

    전기차, 반도체, 풍력발전 등 첨단 산업의 필수 소재로 활용되는 희귀광물은 이제 '전략 자원'으로 간주되며, 이를 둘러싼 자원전쟁은 세계 경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이러한 자원전쟁이 경제위기를 초래하는 메커니즘을 ‘희귀광물의 중요성’, ‘글로벌 공급의 불안정성’, ‘경제불안의 현실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희귀광물, 현대 산업의 필수 요소

    희귀광물은 기술산업의 핵심 구성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리튬, 코발트, 니켈, 희토류 등은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폰, 반도체, 풍력터빈, 위성 통신 등 다양한 산업에서 빠질 수 없는 소재입니다. 이들 자원의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전체 산업의 생산 라인이 멈출 수 있으며, 이는 곧 세계 경제의 중단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인 리튬과 코발트가 있습니다. 리튬은 주로 호주, 칠레, 아르헨티나 등지에 매장되어 있으며, 코발트는 대부분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생산됩니다. 이처럼 특정 국가에 편중된 자원은 글로벌 수요 증가에 비해 공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는 자원의 전략화와 경제 불균형을 초래합니다.

    더욱이 희귀광물은 단순히 자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기술 패권과 국가 안보, 외교 전략에도 깊숙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희토류는 중국이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적 무기'로 주목받았으며, 실제로 2010년 중국은 일본과의 영토 분쟁 당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바 있습니다. 이 사건은 희귀광물이 단순한 자원을 넘어, 경제 및 외교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입니다.

    글로벌 공급 불안정이 경제위기의 도화선이 되다

    희귀광물의 공급망은 글로벌 경제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축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 공급망은 정치적 불안정, 환경 문제, 기술적 한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흔들리고 있습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촉발된 공급망 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은 희귀광물 수급 불안정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전 세계 코발트의 약 70%를 생산하는 나라지만, 해당 지역은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며, 채굴 과정에서 아동 노동과 인권 침해 문제가 자주 제기됩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은 윤리적 책임 문제로 공급처를 다변화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는 전체 공급 체인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은 희토류 정제 및 가공 기술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어,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실질적인 ‘자원 강국’입니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은 희토류 자립을 위한 대체 공급처 확보 및 재활용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중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이러한 공급망 집중은 위기 발생 시 전 세계 산업에 연쇄적인 타격을 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금융시장, 무역 시장, 제조업까지 도미노처럼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희귀광물 공급이 일시적으로 차단되거나 가격이 폭등할 경우, 해당 광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산업은 생산 단가가 급등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고,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며, 전체 경제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는 결국 금리 인상, 경기 둔화, 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습니다.

     

    경제불안의 현실화와 자원전쟁의 확산

    실제로 자원전쟁으로 인한 경제 불안정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2022년 이후 리튬, 코발트, 희토류 등 주요 희귀광물의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전기차 및 전자제품 가격 상승은 전 세계적인 소비 위축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자원 확보를 위한 국가 간 경쟁은 점점 더 첨예해지고 있으며, 이는 국제정치와 외교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내 희귀광물 생산과 가공, 배터리 제조를 장려하고 있으며, EU도 ‘비판적 원자재법’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자원자립을 추구하는 한편, 자원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자원전쟁의 또 다른 측면은 경제 불안정성 확대입니다. 자원 가격이 급변하면 이를 기반으로 하는 선물시장과 금융시장도 요동칩니다. 특히 자원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무역수지 악화, 환율 불안, 투자 위축 등 다양한 경제 리스크에 노출됩니다. 한국처럼 희귀광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는 자원 가격 변동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는 산업 경쟁력과 경제 안정성에 큰 부담을 줍니다.

    결국 자원전쟁은 단순한 자원 확보를 넘어 경제위기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으며, 향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은 자국 내 자원 개발, 재활용 기술 고도화, 국제 협력을 통한 안정적 공급망 확보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기업과 정부는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대체 기술과 친환경 소재 개발을 통해 자원 중심 경제 구조에서 점차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자원전쟁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우리는 희귀광물을 둘러싼 국가 간 갈등과 그로 인한 경제위기를 체감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원 확보 경쟁은 기술과 외교, 군사, 경제 등 다방면에서의 협력이 필요한 복합적 이슈입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자원 전략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며, 이는 국가경제의 안정과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의 핵심 열쇠가 될 것입니다.